알고리즘이 만든 예술, 저작권을 인정해야 할까?

1. 알고리즘 창작의 시대,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다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이 창작한 예술 작품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회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만든 작품들이 생겨나면서, 과연 이러한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 행위를 보호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존재인 AI가 만든 창작물도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토의가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창작한 예술 작품에 대한 저작권 논란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AI가 만든 창작물이 기존 예술과 비교해 창조성과 독창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둘째, 알고리즘 창작물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경우, 그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AI가 예술적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와 작품을 학습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알고리즘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만, 그 과정에서 원본 창작자의 스타일이나 요소를 차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이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인지, 아니면 기존 창작물의 변형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2. 알고리즘 창작물, 저작권 보호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AI가 단독으로 만든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 저작권법이 ‘창작자의 개별적인 개성과 의도를 반영한 창작물’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작품은 인간의 창작적 의도나 감성이 직접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 기존 법제의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AI 창작물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기준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한 경매에서 AI가 그린 초상화 〈Edmond de Belamy〉가 약 43만 달러에 판매된 사례가 있다. 이 작품은 알고리즘이 기존 초상화를 학습해 새롭게 생성한 것이지만, 구매자는 이를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AI 창작물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일까?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경우, 그 보호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도 문제다. AI가 완전히 자율적으로 창작한 작품과 인간이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해 만든 작품을 동일한 법적 지위로 볼 수 있을까? 만약 인간이 AI의 결과물에 개입해 수정하거나 특정한 방향을 제시했다면, 저작권은 인간 창작자에게 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AI가 독립적으로 생성한 작품이라면, 기존 저작권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3. 알고리즘이 만든 창작물, 누구의 권리인가?

설령 AI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대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AI를 활용한 사용자가 저작권을 가지는 것이다. 사용자가 AI를 도구처럼 활용하여 창작적 개입을 했다면, 기존 저작권법의 기준에 따라 인간 창작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그래픽 디자이너가 AI 기반 디자인 도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다면, 해당 디자인의 저작권은 인간 창작자가 보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두 번째 가능성은 AI를 개발한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저작권을 가지는 것이다. AI 창작물은 알고리즘의 학습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지므로, 이를 개발한 주체가 권리를 가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AI가 만든 작품을 자체 저작권으로 등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모든 AI 창작물이 기업의 독점적인 자산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 가능성은 AI 창작물을 공공재로 두는 것이다. 즉, AI가 만든 작품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창작물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저작권청(USCO)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AI 창작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자동으로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으로 간주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는 창작 과정에서 인간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AI를 개발한 기업의 기여도, AI가 학습한 데이터의 법적 성격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4. 알고리즘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 해결책은?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가능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새로운 저작권 카테고리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기존 저작권법은 인간 창작자 중심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창작물에 대해 '기계적 창작물'이라는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보호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는 방식이 있다. 이를 통해 AI 창작물도 일정 부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둘째, AI 창작물의 권리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즉, AI를 활용한 창작자와 AI 개발 기업이 저작권을 공동 소유하거나, 일정한 라이선스 모델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작자와 기업 모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AI 창작물이 지나치게 독점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셋째, 라이선스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AI 창작물을 특정 기간 동안 사용자가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는 공공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AI 창작물이 일정 기간 동안 보호를 받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될 수 있다.

넷째, 국제적인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각국의 저작권법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AI 창작물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될 경우 법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AI 창작물에 대한 공통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알고리즘이 만든 예술 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단순한 법적 논쟁을 넘어, 기술 발전과 창작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다. AI 창작물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우리는 저작권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지, 그리고 창작의 개념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